“혁신ㆍ창의 반대말은 모방일까? 아니 두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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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인 지방분권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물론 국회에서 국민투표법 개정안 통과가 돼야하는데 지금 국회 상황으로선 오는 6월 선거에서 헌법개정이 될 가능성은 희박해졌지만, 그럼에도 지방분권이란 가치가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니다.

지방분권은 쉽게 얘기하면 ‘중앙정부의 권한과 재원을 지방정부에 이양, 스스로 지역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즉, 중앙정부는 의료 등 보다 큰 전국적인 문제를 담당하고 지방정부는 지역 내 다양한 주민의 요구를 신속하게 충족시키는 데 주력한다.

지방분권시대를 앞두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혁신이다. 그 지역이 갖고 있는 자원을 혁신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부터 지방분권 활성화는 시작되는 것이다.

이에 본보는 ‘지방분권의 핵심은 지방혁신’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두 명의 전문가를 만나봤다. 지난 2016년부터 한국디자인경영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나건 홍익대 교수와 2010년 ‘지방행정의 달인’ 문화예술분야에 선정됐으며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에서 국장을 역임했던 최덕림 전 순천시 공무원이다.

두 명 다 널리 알려진 인물로, 나 교수는 2010세계디자인수도 서울의 총감독을 맡았고 올해에는 독일 레드닷 뮤지엄에서 열린 ‘레드닷 어워드 제품디자인’의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최 전 국장은 순천의 100년 먹거리인 순천만 관광지 개발과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기획했다. 대담은 봄 햇살이 따사로운 지난 18일 순천만국가정원에서 이뤄졌으며, 시종일관 열띤 대화가 오고 갔다. 다음은 대화를 정리한 내용이다.

-두 분을 모시게 돼 영광이다. 오늘의 대담 주제는 ‘지방혁신’이다. ‘혁신’은 무엇인가.

△최덕림(이하 최) : 나는 공무원 37년 중 25년을 문화관광분야에서 일을 했다. 사람들은 공무원을 ‘철밥통’이라고 부른다. 지금까지 대략 300명의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봤더니 300명 모두 “공무원은 철밥통”이라고 말하더라. 나는 그것이 의문이었다. 왜 우리는 ‘철밥통’이란 얘기를 듣고도 가만 있는가. 나아가 그렇게 안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혁신’이었다. 나는 순천만과 관련해서 총 8년의 시간을 보냈다. 그 시작이 2006년이었는데, 생태적인 걸 관광으로 바꾸는 시도는 당시 국내엔 한 군데도 없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는 생태자원ㆍ관광자원이 늘어나는 추세였다. 그래서 시도했다. 아주 간단하다. 우리에게는 ‘순천만’이 있고 ‘생태관광’은 아무도 하지 않았으니 한 것이다. 먼저 6개월 안에 순천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 프로젝트가 주어지자, 같이 일할 사람을 직접 뽑아 다양한 고민을 했다. 혁신은 ‘고민’에서 나온다.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 전문가에게 맡긴다? 아니다. 지역의 전문가는 바로 지역 공무원이다. 자문을 받을 수 있지만 방향은 공무원들이 정해야 한다. 그것도 치열하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바로 순천만 관광화 사업이었다. 이전까지 없던 순천만 관광과가 만들어졌고, 신생과라서 일할 사람을 내가 나서서 구축했다. 이 시점에서 나건 교수를 만나게 됐다. 그는 디자인 분야에서 최고가 아닌가. 그에게 ‘생태관광 디자인을 하려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 가’라고 당돌하게 물었다.

△나건(이하 나) : 최 전 국장은 내가 존경하는 공무원이다. 순천만 사업때 처음 보았지만 첫 자리부터 내가 알던 공무원의 상식을 뒤집었다. 그의 발상의 전환에 항상 감탄하고 있다. 그래서 나도 순천에 자주 오게 됐다. 혁신에 대해서 나도 이야기 하자면 카이스트를 나와서 미국에서 공부하고 한국으로 왔을때 이야기다. 공과대학 출신으로 디자인 쪽으로 와보니까 여기는 옛날 도제방식이다. 제자가 온갖 교수 수발을 다 들어주면서 교수가 먹고 살 수 있게 다 해놓는다. 바라는 것은 오로지 그 교수가 은퇴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자리가 자신의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또 자기의 밑에 사람에게 자기가 바쳤던 걸 두 배로 뽑는다.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 문화를 어떻게 바꿔야 할 것인가 생각을 해봤다. 가장 첫번째로 학교에서 밥을 안먹은 학생들을 보면 내가 무조건 밥을 샀다. 돈 내고 계산하는 걸 10년 쯤 하니까 ‘다르다’는 소리를 듣게 됐다. 그런데 공무원은 훨씬 더 경직된 사회이지 않나. 최 전 국장의 발상에 감탄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혁신’이라는 건 자기 생각이 명확해야만 할 수 있을 것 같다.

-원래부터 혁신에 관심이 있었나

△최 : 순천만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이전에 시도한 자잘한 혁신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앞으로 발을 내딛기 어려워 한다. 예를 들어 내가 민방위를 담당할때는 민방위 교육을 연극으로 한 적이 있었다. 모두가 자니까 자지 않도록 안보교육을 연극으로 했다. 또 공익요원 중 고등학교 중퇴자들이 종종 오는데 주민자치과장을 하면서 검정고시반을 운영했다. 고졸 졸업장을 따게 해줬다. 공익요원들도 고등학교를 졸업하니까 대학을 가려고 하더라. 이렇게 이런저런 일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순천만 일을 하게 됐다.

△나 : 이전의 순천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순천만 이후의 순천은 굉장히 전략적이고 창의적인 도시다. 전제를 하자면 생태와 관광 두 개를 잡기가 쉽지 않다. 선진국은 두 개가 같이 가는데 후진국은 두 개가 다 같이 가기 어렵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부르기는 좀 애매하지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그 두 개를 같이 잡을 수 있도록 발상의 전환을 했다는 게 내 입장에서는 놀라웠다. ‘창의성의 핵심’을 잡은 것이다. ‘창의성’은 서로 상관없는 걸 연결시키는 게 본질인데 순천만은 서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두개를 하나의 배로 띄웠다는 게 가장 큰 의의 같다.

-국가정원은 어떻게 만들게 된 것인가

△최 : 순천만이 너무 잘된 것이 시작이었다. 갑자기 연간 300만명이 방문했다. 그런데 주차장이 부족한 것이다. 차를 아무데나 주차하니까 자연이 훼손됐다. 그래서 입구를 앞으로 뺐다. 그 입구가 바로 지금의 순천만국가정원이다. 자연환경 훼손도 막고 무분별한 도시 팽창도 조절할 수 있어 일석이조였다. 그런데 이것을 시의 돈으로는 할 수 없었다. 지방은 돈이 없지 않은가. 그래서 계획한 것이 국제행사였다. 국제행사 승인을 받으면 국가에서 돈이 나오니까. 그렇게 2014년 4월까지 정원을 완성해서 정원박람회를 개최한 것이다. 즉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정원을 만든 것이다. 이것 역시 국내 최초다. 여수엑스포의 경우 국가에서 만들었지만 순천만은 지방공무원이 만든 거다. 지방분권이 중요한 이유는 국가공무원이 여수엑스포를 만들었을 때는 여수에서 그것이 항구적으로 활용되려고 만든 것이 아니다. 행사 기간만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한 것 뿐이다. 순천은 그것이 아니지 않나. 정원은 항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지방분권시대에서 혁신이 중요한 건 이러한 발상이 그 지방의 공무원에게서만 나오기 때문이다.

△나 : 맞는 말이다. 순천만정원을 그냥 ‘에코벨트’라고 했다면 호응을 못받았을 텐데 ‘정원박람회’로 이목을 끌고 서울사람들이 갖고 싶은 정원을 만든 것은 아주 현명했다. 정원에 대한 로망을 선사해주니까 많은 사람들이 오고 싶어한 것이다. 혁신은 거대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에 와닿는 ‘정원’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부터 시작된 것이다.

△최 : 생태자원과 관광을 결합하는 이유는 자연의 생태를 보존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보존만 하면 돈만 나간다. 그래서 관광을 가미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즉 관광을 통해 생태를 보호하는 리싸이클을 만든 것이 바로 순천만이다. 도시 계획하는 사람들이 디자인적 사고를 해야 성공을 한다. 디자인하는 사람들은 공간 전체를 본다. 지금은 모든 게 디자인이다. 디자인을 하고 계획을 해야 한다. 상상력을 현실로 만든 매개체가 디자인인 것이다.

-지방도시의 미래를 혁신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나 : 자기가 가지고 있는 걸 다 버릴 수 있어야 한다. 근시안적으로 오늘 내일 잘먹고 싶은 걸 생각하면 지금 나는 살 수 있지만 다음 세대들이 잘먹고 잘살 수 있을까. 이거 안바꾸면 망하게 되어 있다. 내가 지금 이걸 해서 10원을 번다는 게 아니라 오늘 100원을 쓰면 10년 후에 이것이 모두에게 얼마가 될지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손 놓으면 아무것도 안된다, 부글부글 끓어야 무엇인가가 된다. 조직의 특성을 흔들고 오래된 것을 뛰어넘어야 한다. 언제까지 상명하복만 할 것인가.

△최 : 지방분권시대는 지방의 특색을 퍼즐처럼 연결시켜야 국가경제가 만들어진다. 혁신은 ‘있는 거를 새로운 넓은 가치로 창출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혁신은 널려 있는 거다.

△나 : 창의성 혁신 강의를 많이 하는데 크라운 제과 대표이사가 내 제자다. 몇 년 전에 회장이 영업직의 창의력을 높이는 작업을 나보고 하라하더라. 석달 중에 두달 반 끝나가는 와중에 문득 깨달았다. 그동안 나는 창의성을 향상시키는 이야기만 하고 있던 것이다. 그냥 창의성의 반대말을 없애라고 하기만 하면 될 걸. 그래서 책에서 창의성의 반대말을 다 적었다. 창의성의 반대말을 모방이라고 생각하는 데 아니다. 창의성의 반대말은 ‘두려움’이다. 두려움을 없애주면 창의력을 다 갖는다. 꼬마들을 보면 두려움이 없다.

대담ㆍ정리=노병하 기자ㆍ최황지 수습기자

기사 원문 : http://www.jnilbo.com/read.php3?aid=1524484800547473095&search=%B3%AA%B0%C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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